나는 알레르기 검사를해도 흔한 먼지 알레르기 하나 없이 클린-하지만, 우리 집 다른 집사들은 비염을 달고산다. 육묘템도 먼지/털과 관련된 모래, 빗, 샴푸, 털제거 스펀지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벼운 알레르기 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심해지거나, 막상 파양을 고민하는 집사들도 많이 봤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분명 풍요롭지만, 피부가 다 올라오고 콧물로 잠을 못드는 날이 늘어나면 기쁨은 반감된다. 입양 전이라면 '충분한 고민'을, 입양 후라면 ‘현명하게 관리’하여 고양이도 집사도 행복한 생활이 될 수 있도록 하자.
🐾 입양 전: 테스트와 시뮬레이션
✔️ 병원에서 알레르기 검사 받기
먼저 병원에 가서 알레르기 검사를 받자. 우리 가족도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 검사를 받았다. 고양이 털뿐 아니라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등 다양한 항원이 한꺼번에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추후 고양이를 입양했다가 알레르기 반응이 나올 경우 이것이 정말 고양이 때문인지도 알 수 있다. 고양이털 수치가 지나치게 높게 나온 경우, 이후 더 높아질 수 있으니 아쉽지만 입양보다는 고양이카페 등으로 만족하도록 하자.
✔️ 임보로 먼저 살아보기
고양이 관련 알레르기 수치가 애매하게 나왔거나, 정말 너무너무 입양을 하고 싶은 경우도 있다. 입양을 확정하기 전, 며칠에서 몇 주간 고양이와 함께 지내보는 ‘임시 보호’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입양 전 임보처를 구하는 글들이 올라오니 자세히 봐두자. 반응이 어느 정도인지, 알레르기 약 없이 지낼 수 있는지를 실제 환경에서 체험해보는 것. 증상이 생각보다 약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몸이 적응하는 경우도 많다. 단, 그 기간에는 본인의 증상 변화를 꼼꼼히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 저알레르기 품종 입양 고려하기
완전히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품종은 없지만, 비교적 Fel d 1 단백질 분비량이 적은 시베리안, 발리니즈, 러시안 블루 같은 품종들이 있다. 정말 키우고 싶다면 이런 고양이들을 찾아 입양하면 상대적으로 알레르기 반응이 덜할 수 있다.
* Fel d 1 단백질이 궁금하자면? 더 보기
🧬 Fel d 1
고양이 알레르기의 주범은 바로 Fel d 1이라는 단백질이다. 고양이의 침, 피부 분비샘, 눈물 같은 데서 만들어지고, 고양이가 털을 핥을 때 털과 피부는다.그렇게 집안 공기 중에 떠다니고, 침구나 옷, 소파 같은 데 들러붙게 된다. 이 단백질은 크기가 워낙 작아서 한 번 날리면 오랫동안 공기 중에 남아있고, 고양이가 없어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알레르기 있는 사람 10명 중 9명이 이 Fel d 1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 입양 후: 관리와 꾸준함의 생활화
🧼 고양이의 알레르겐 줄이기
고양이 침에 포함된 Fel d 1 단백질이 주 원인이기 때문에, 그루밍으로 퍼진 알레르겐이 털이나 비듬 형태로 공기 중에 떠다닌다. 이걸 줄이는 첫 번째 방법은 ‘빗질’과 ‘목욕’이다. 너무 자주 목욕시키는 건 고양이에게 스트레스이므로, 가능하다면 부드러운 털 청소를 중심으로 루틴을 만들자. 빗질은 헤어볼을 줄이는 데에도 유용하다. 알레르기로 고생이 많은 집에는 고양이에게 알레르기 사료를 급여하기도 하며, 또한 알레르겐 중화제를 적신 천으로 청소하는 것 만으로 Fel d 1 농도가 꽤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다양한 아이템을 하나씩 시도하고 기록해보자.
* 알레르겐 아닌 모래먼지가 고민된다면, 이전에 쓴 글을 참고해보자
2025.06.02 - [분류 전체보기] - 고양이 모래 찾기 (테스트 포함)
🏠 실내 공기 질 관리하기
공기청정기는 필수다. 이 글을 검색하신 분은 이미 가지고 계실 것 같다. HEPA 필터가 탑재된 제품을 고르고, 주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하는 것을 잊지 말자. 요즘은 전용 공청기도 있다. 환기도 중요하지만, 꽃가루 시즌에는 외부 오염이 더 심할 수 있으니 미세먼지 지수나 날씨 앱을 참고해서 판단하자. 습도는 40~50% 사이로 유지하는 게 좋다. 습도가 너무 높으면 진드기, 너무 낮으면 점막이 건조해져 오히려 증상이 심해진다. 또한 침구전용 청소제품도 있으니 여유가 된다면 다양하게 시도해보자.
🧽 환경 속 알레르겐 제거하기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느낀 건 ‘털은 정말 어디에나 있다’는 점이다. 소파, 침대, 옷, 벽 모서리까지. 그래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치우는 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 HEPA 필터 장착된 진공청소기 사용
- 카펫, 패브릭은 고온세탁 & 햇볕 건조
- 침구는 고양이 털이 잘 박히지 않는 제품으로 선택.
이렇게 작은 것부터 차근히 관리하면 확실히 증상이 달라진다. 이미 고양이를 키우는데 알레르기로 너무 힘들다면 침실 분리 (고양이가 침실공간에 들어오지 않도록 함)으로 상황을 많이 개선할 수 있다. 잊지말자, 타협점은 무수히 많다.
💊 약물과 면역치료
알레르기가 있는 집사들은 지*텍 같은 약을 달고 산다. 남편은 항히스타민제를 필요할 때만 먹는 편이며, 증상이 잦은 날에는 코 스프레이도 병행한다. 전문의와 상담하면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으니, 병원은 미루지 말고 꼭 가보자. 더 근본적인 치료로는 ‘면역주사’가 있다. 3~5년간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으며 체질을 개선하는 방식인데, 효과가 좋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다만 고양이 알레르기에 적용하려면 전문 병원에서 확인해보자.
🙌 결론: 포기나 희생이 아닌 적극적인 관리로
고양이의 수명은 길 경우 20년 또는 그 이상을 넘어간다. 한 아이가 태어나 성인이 될때까지 산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오랜 시간이며, 정말 '반려'동물이다. 따라서 입양 전에 심사숙고가 가장 필요하다. 삶에서 결혼이나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예를 들어 아기가 알레르기가 높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서 모두를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 어느 한쪽을 억지로 희생하는 결과는 마냥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지만, 그 이상으로 얻은 게 많다. 중요한 건 절대 포기하거나 마냥 참으며 방치하지 않는 것. 내 증상과 환경을 인정하고, 꾸준히 관리해 나가면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 알레르기는 결국 관리의 기술이다. 처음엔 힘들어도 생활 루틴이 잡히면 훨씬 수월해진다. 나처럼 고민하는 이들에게, 고양이와의 일상이 가능하다는 작지만 확실한 희망이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