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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 줄거리, 감상과 밑줄

by 하롸랑 2025.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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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별로였는데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기가 몹시 어려웠다. 김금희 작가의 소설(대온실 수리보고서, 첫 여름 완주 등)들과 더불어 예약이 꽉 차서 예약을 더 밀어 넣을 수도 없는 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인생책으로 꼽는다고 한다. 교보문고 평점도 굉장히 높다. 어쩌면 이 예찬들의 쇄도가 실망할 수밖에 없을 만큼 높아진 기대를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10년 뒤에 어느 날 읽어보면 무언가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지금의 나한테는 아니었다.
 
 

줄거리: 평범한 어떤 사람의 일대기

 스토너는 대학 교수이다. 가난한 집안의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학을 전공하다 영문학으로 전향한 후 때를 맞춰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다 죽는다. 그것이 스토리의 전부이다. 이 이야기는 별다른 반전도 없이 흘러간다. 다큐멘터리처럼 극적인 요소는 배제되고 묘한 무력감과 현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평범하다는 건 생각보다 복잡한 것이다. 힘겹게 살아가는 부모의 바람을 져버리고 자신의 꿈을 선택하는 스토너. 첫눈에 반한 여자와 결혼하는 것은 성공했지만 결혼 후 가족과의 삶은 실패에 더 가까웠던 스토너. 대학 내 정치에 꼿꼿하게 맞섰기에 결국 밖으로 멀리 밀려나는 스토너. 뒤늦게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삶의 의미를 찾았지만 끝내 무력하게 저버리는 스토너.

그는 어떤 때는 타협하고 어떤 때는 저항한다. 그 모호한 선택과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결말들이 현실적이다. 우리도 삶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안고 살아가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날들이 더 많은 것처럼.

 

스토너 등장인물과 역할을 정리한 인물관계도
나중에 기억이 안날 것 같아서 정리

 

감상: 이 모든 이야기가 마지막을 위한 빌드업이었을까

 
 공감을 끌어내기에는 좋은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실 그 자체만을 문학에서 보고 싶지는 않다. 또는 현실을 통찰하는 시각이라도 보여줬으면 했지만 그런 것도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도 이 책에서 마음을 움직였던 부분은 스토너가 죽기 직전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고통과 나른함이 반복하는 과정이다. 안나 까레니나에서 니콜레이 레빈이 맞이했던 짧지만 또 너무나 길던 임종에 대한 묘사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아마도 나도 큰 사고 없이 죽음을 맞이한다면 저 길을 가게 되겠지. 그때 질문하게 될지 모른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여기까지 생각에 이르면, 어쩌면 스토너의 그저 그런 삶을 구구절절하게 따라 걸어야 했던 이유는 이 마지막 장을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엄청난 위인도 영웅도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맞이할 마지막은 그와 더 비슷할텐데 우리가 그의 마지막을 아주 유심히 바라보게 되는 건 그의 삶이 우리처럼 평범했기 때문일 것이다. 
 
 

밑줄: 넌 무엇을 기대 했나?

스토너 책 페이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에 밑줄을 그은 사진
삶이 끝나기 전에 그가 스스로 던지는 질문

 
 
스토너는 죽기 전에 반복적으로 자신에게 묻는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내가 실제로 살아가며 잊히는 것은 내가 무엇을 했냐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었냐는 것일 것이다. 내가 살아온 길은 흔적을 남기지만, 내가 추구하고 바란 것들은 매 순간 시간이 흐르며 증발해 버리기 때문이다. 삶은 태어난 순간부터 현실이라는 저항할 수 없는 큰 파도에 떠밀려 어느새 마지막 순간에 이르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그 파도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겠지.
 

그는 온전한 순수성, 성실성을 꿈꿨다. 하지만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래. 이게 인생이기는 하지. 적당한 타협과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기는 날들.
언젠가 다시 생각난다면 다시 만나자, 스토너.
아직 우린 아닌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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